나는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퀀트 기반으로 해 왔다. 데이터 기반으로 계랑한 뒤 투자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주식과 부동산 모두 실제 매수와 매도 시점에는 정성적인 판단이 들어간다. 쉽게 말해서 촉과 감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100% 데이터 기반으로 투자해선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LLM이 센싱하는 정보가 디지털화된 데이터에 한정되는 것과 같이, 투자에 사용하는 데이터 또한 센싱 채널에 한계가 크다. 혹자는 거래 데이터가 곧 정답이라고 말하는데, 거래 데이터는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그래도 데이터만으로 투자하겠다면, 건투를 빈다.)
한국 주식, 그 중에서도 코스피는 나스닥 수준의 회복 탄력성을 보인다.
나스닥만큼 오른다는 의미가 아니라, 많이 떨어지더라도 본전까지 회복하는 속도가 나스닥 만큼 빠르다는 의미다.
데이터는 말한다. 지금은 한국 주식을 매수할 시기라고.
그러나 나의 정성적 판단은, 망설여진다.
데이터는 한국의 미래를 반영하지 못한다.
경기선행지수? 단기 정보를 제공할 뿐이다. 롱텀 자본으로 접근하기에 유용한 정보는 아니다.
한국에는 몇 가지 중요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첫째, 노령화.
둘째, 금투세.
노령화.
나는 다양한 회사를 다녀 보았는데, 평균 연령이 낮은 회사일 수록 다이나믹스가 높다는 것을 느꼈다. 젊음에서 오는 다양성과 도전이 운과 만나면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회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 수록 노련해진다. 노련함은 두 가지의 의미다. 도전도 체계적으로 하고, 실패도 체계적으로 한다. 성격에 따라 체계적으로 도전 자체를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실패라는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서.
노련함은 긍정성과 부정성이 공존한다.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끎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차단할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젊음은 체계의 부족함을 말하지만, 그러한 체계 없음이 변화를 만든다. 변화가 운을 만나면 성공한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노령화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만들어낼 것이라 생각한다. 다행히도 10여 년 전, 20여 년 전에 비해 기업이 많이 튼튼해졌다. 중소기업도 튼튼해졌고, 삼성그룹, SK그룹, 그리고 현대기아차계열사 등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압도적으로 많아졌다. 일단은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노령화는 기업의 성장성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다이나믹스의 저하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성공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찾아보기 더 어려워질 수 있고, 중소규모 기업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대기업은 당장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모든 일을 혼자서 해낼 수는 없다. 특히 대한민국의 강점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수많은 파트너사와 협업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노령화는 결국 대기업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다.
미래의 한국에서 경쟁력을 갖출 기업은 수출을 잘 하고, 해외에서도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며, 국적과 인종 다양성을 받아줄 수 있는 문화를 가진 기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로지 한국인 만으로 다이나믹스를 만들어 내기에는 한계에 달하고 있다.
금투세.
사모펀드에는 세금을 줄이고, 금융투자소득에는 과세하고.
이런 부분이 핵심이 아니다.
금투세는 생산성 자본에 직접 조세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혹자는 금투세와 종부세를 비유하는데, 종부세는 비생산 자산인 주택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이라 생산 자산인 기업 (주식)에 부과하는 자산과는 영향도가 다르다.
종부세에 부과하는 세금은 최종 수익률에서 일정 부분 영향을 준다. 수요가 확정된 주택 부동산에서 최종 수익률의 일부를 덜어내는 것은 시장의 원리를 바꾸지는 않는다. 애초에 적용 대상 주택이 얼마 되지도 않고.
그러나 금투세는 생산성 자본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업의 생산성에 조세한다면, 기업의 생산성은 당연 저하된다. 경영은 기본적으로 자본 배치인데, 금투세는 기업 성장을 위한 투자에 배치할 자본을 덜어 내어 국가 조세 비용으로 처리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낮아진 기업 밸류는 신규 자본 조달에 더 많은 지분 희석을 요구하는 일이 된다. 경영진이 자본 조달 결정을 하기 어려워지고, 자본을 조달하더라도 더 많은 지분이 공개 시장으로 나온다. 금투세 시행 이후에는 기업이 극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이다.
예시로 드는 일본은 금투세를 25여 년에 걸쳐 적용해 왔고, 그 기간 동안 거버넌스의 개선을 많이 이루었다.
미국 또한 훌륭한 기업 거버넌스 아래에서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하는 것이다. 미국은 200년이 넘는 주식 시장의 역사를 갖고 있다.
금투세는 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일이다.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진행해야 할 일을 1월 1일을 기점으로 적용하자는 주장은 하루아침에 로마를 건설하겠다는 행정 편의적 관료주의의 산물이다.
만약 금투세 시행이 재차 유예되더라도 한국 주식시장은 당분간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투자자들은 또다시 유예 만료 시점에 큰 마찰이 생길 것을 예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투세가 폐지되더라도 롱텀 자본은 다음 대선 결과를 본 이후에나 한국 시장의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메리트가, 거의, 없다.
퀀트는 한국 코스피 시장을 사라고 말한다. 데이터는 과거를 바라보고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는 구조적 변화가 없을 때에는 타당하지만, 구조가 바뀌면 쓸모 없는 결과를 도출한다.
그러나 한국은 노령화로 인한 국가 전체의 체질적인 보수화, 그리고 금투세로 인한 기업의 경영 보수화를 앞두고 있다. 이 모두 한국 기업의 성장성을 낮출 가능성이 높은 요소들이다.
그래서 이번 하락에선 한국 주식에 손이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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