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판교역 경강선과 구성역 GTX-A의 차이

서판교역 경강선이 생긴다. 아직 개통까지 몇 년 남긴 했지만 확정된 사업이라 인근 아파트의 시세는 이미 크게 오른 상태다.

구성역 수인분당선에 GTX-A도 생긴다. 개통도 임박했다. 2024년 6월 29일. 이곳엔 몇 년 뒤 복합환승센터도 생긴다. 역시 인접 아파트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두 지역 모두 교통 호재로 가격이 급등했지만, 사실 이 두 지역의 가격 상승은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번 글을 읽어 보고 교통 호재만 바라보고 투자하지 않았으면 한다. 교통이 개선되면 가격이 오른다는 주장은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판단한 것이다. 상승기에선 얻어걸려 맞출 수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반복했을 때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전략이 된다.


서판교역 경강선

서판교역 경강선 일대는 판교를 주 업무지구로 둔 베드타운이다. 판교 업무지구에서 어디서 통근이 가능한지 살펴보면 동판교, 서판교, 분당, 수지, 경기광주 등이 주요 지역이다.

지금 서판교에서 판교 업무지구로 접근하기 위해선 자차를 이용하거나 버스를 타야 한다. 이 상황에서 서판교역 경강선이 생기면 지하철로 판교 출퇴근이 가능해진다. 즉 서판교의 주 업무지구 통근 편의성이 큰 폭으로 개선된다는 것.

지금의 서판교 입지는 “자녀 기르기 좋은 지역이지만 자동차로만 접근 가능한 곳”이다. 그래서 판교 업무지구 종사자들에게 서판교는 1차 고려 대상이 아니다. 동판교, 분당 정도가 1차 고려 대상이고, 서판교는 2차 고려 대상이다.

서판교역이 개통하면 교통 기능이 강화되어 판교 업무지구 종사자들의 1차 고려 대상이 될 것이다. 교육 여건이 좋기 때문에 지금보다 선호도가 크게 높아질 거라 생각한다.

다만 서판교역이 들어선다 해도 역사까지 도보로 편하게 접근 가능한 지역 중심으로 선호도가 높아질 것이다. 서판교는 이미 판교와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서판교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입지는 교통 개선 폭이 아주 크지는 않다. 즉 버스 타고 서판교역을 갈 것인지, 어차피 버스를 타기 때문에 판교까지 버스를 타고 갈 것인지, 그 심리적인 지점을 어떻게 만족하냐에 따라 시세에 차이가 생길 것이다.


구성역 GTX-A

구성역 GTX-A는 상황이 다르다. 구성역에서 통근 가능한 업무지구는 넓게 포진되어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도 출퇴근이 가능하고, 분당 업무지구와 강남 업무지구도 출퇴근이 가능하다. 물론 판교 업무지구에도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업무지역에서 구성역 인근 입지는 최우선 고려 대상이 아니며, 차선 고려 대상도 아니다. 가격에 맞추어 대안의 대안 정도로 선택하는 입지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교육 여건 때문.

즉 구성역 인근 지역은 GTX-A가 개통된다 하더라도 이곳의 주거 기능이 강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영업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교통 기능이 개선되면 “대개는” 주거 기능의 일부가 악화된다.)

집은 거주하는 공간이고, 교통이 좋든 나쁘든 살기 좋은 동네가 집값이 비싸다. 목동은 교육이 좋아서 비싼가? 아니다. 목동은 교통이 나쁘니까 비싸다. 교통이 나쁘면 직장이 적고, 직장이 적으면 유흥가가 적으니,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교통이 좋은 곳의 집값이 비싼 것은 결과일 뿐이지, 교통이 집값을 올리는 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해선 안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통이 좋아지면 집값도 비싸질 것이라 생각한다.)

구성역 GTX-A는 그 지역의 교통 기능을 강화할 뿐이다. 그 지역이 주거지로서의 대체 불가능성을 높이지는 못한다. 구성역 인근이 자체적인 업무지구가 아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주거지로서의 매력은 업무지구 접근성과 교육 편의성 (학군)이 결정한다.


호재 투자는 인지적 게으름이다.

서판교역 인근 아파트 전용 84가 12~13억하는 건 납득은 된다. 물론 이 가격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구성역 인근 아파트 전용 84가 10~11억 하는 건, 잘 모르겠다. 회수까지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교통 호재 따라가며 투자하면 결과가 좋지 않다. 각종 호재 투자에도 공통 해당하는 내용이다. 살만한 집은 많고, 만약 좋은 조건의 매물을 놓쳤다 하더라도 당신이 부지런하다면 또 기회의 문이 열린다. 주택은 공산품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가가 없다. 부지런하면 기회가 생기는 게 부동산 시장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호재 투자를 하는 이유는 부지런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교통 = 가격으로 생각한다면 인지적으로 편하니까.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다.